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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출퇴근길에 주유소 전광판을 볼 때마다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뉴스에서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28달러를 넘어섰다고 난리인데, 동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3일째 1,858원에 딱 붙박혀 있으니까요. 중동전쟁발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덮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카드를 쓰고 있는지, 그리고 그 카드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직접 겪어보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국제유가, 왜 이렇게 치솟는 건가
제가 처음 국제유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뉴스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라는 단어가 반복될 때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기름값이 오르는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였는데, 직접 찾아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기름값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원유 수출로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좁은 통로를 지납니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이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해로로,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UAE·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이 해협이 불안해지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원유 수급 전체가 흔들립니다.
거기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실제 생산 차질까지 빚어졌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8.00달러로, 중동전쟁 이후 최고점인 134.40달러에 바짝 접근한 상태입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여기에 OPEC+의 감산 정책이 겹칩니다. OPEC+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이 연합한 협의체로, 쉽게 말해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공동으로 조율해 유가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관리하는 카르텔입니다. 이들이 자국 재정을 위해 생산을 줄이는 동안, 수입국인 우리는 고스란히 그 비용을 떠안는 구조입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 전 세계 원유 물동량 20% 직격
-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공격 → 실제 생산 차질 발생
- OPEC+ 감산 기조 유지 → 글로벌 원유 재고 급감
- 두바이유 128달러 → 최고점 134.40달러 재접근
가격통제의 민낯, 보조금은 누가 내나
출퇴근할 때마다 1,858원이라는 숫자를 보면서 저는 솔직히 안도감 반, 불안감 반이었습니다. 안도감은 국제 시세 대비 확실히 저렴하다는 느낌이고, 불안감은 "이게 언제까지 버텨줄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그 답은 석유 최고가격제에 있었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란 정부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상한 가격을 법적으로 정해버리는 제도입니다. 현재 휘발유 ℓ당 1,784원, 경유 1,773원이 그 상한선입니다. 정유사가 이 가격 이상으로 팔 수 없으니, 주유소 소매가격도 자연스럽게 묶이는 구조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제도 시행 이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13일 연속 동결을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정부는 이 제도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소매 판매량도 전년 대비 2.1%, 경유는 8.4% 줄어 소비 감축 효과까지 봤다는 겁니다. 수치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가격 억제분이 공중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는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4조원대 예비비를 편성했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1조 4,497억원을 반영했습니다. 재고평가이익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재고평가이익이란 정유사가 미리 사들여 놓은 원유의 장부 가치가 유가 상승으로 올라가 회계상 이익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고유가 국면에서 정유사가 일정 부분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지만, 그것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 결국 예산으로 메우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지금 당장 주유소에서 안 내는 돈은, 결국 세금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입니다. 최근 항공권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른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항공유는 최고가격제 적용 범위 밖이라 시장 가격이 그대로 반영되고, 제가 직접 티켓을 끊어보니 2년 전 같은 노선 대비 30% 이상 비싸졌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정유외교, 위기를 레버리지로 바꾸는 법
중동 뉴스를 계속 따라가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유 한 방울 안 나오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찾아보니 있었습니다.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디커플링이란 원래 함께 움직여야 할 두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탈동조화 현상입니다. 국제유가는 치솟는데 국내 주유소 가격이 묶여 있는 지금 상황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이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물가를 방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시킨다는 경제학적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도 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수입해서 고도의 정제 기술로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내는 나라입니다. 정제마진이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정제마진이란 원유를 사들인 가격과 이를 정제해서 휘발유·경유·항공유·나프타 등으로 만들어 판 가격의 차이를 말합니다. 유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는 오히려 호재가 됩니다.
더 넓게 보면, 원유는 교통수단의 연료에 그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섬유, 의약품, 반도체 공정용 화학물질까지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기초 재료가 원유에서 나옵니다. 이 말은 곧, 정제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는 원유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공급망에서 독자적인 교섭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 생각에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이 위기에서 찾아야 할 레버리지입니다.
고유가·고환율 기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미루게 만드는 핵심 변수입니다. 수입 비용이 계속 오르면 물가가 잡히지 않고, 물가가 안 잡히면 금리를 내릴 명분이 없어집니다. 뉴스에서 OPEC+가 어떤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나올 때, 이제는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로 넘기지 않게 됐습니다. 정유주의 실적 방향, 항공주의 비용 구조, 그리고 우리 가계의 물가 부담까지 한 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제유가가 오르는데 국내 주유소 가격은 왜 안 오르나요?
A.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덕분입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는 가격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국제 시세가 올라도 소매가격이 바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다만 그 차이만큼 정부가 예산으로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라 재정 부담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Q. 고유가랑 고환율이 왜 같이 나쁜 건가요?
A. 우리나라는 원유를 100% 수입하는데, 원유는 달러로 거래됩니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 자체 가격이 비싸지고, 거기에 환율까지 높아지면 같은 양의 원유를 사더라도 원화 기준으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제가 항공권 가격이 오른 걸 체감한 것도 이 이중고의 결과입니다.
Q. 석유 최고가격제는 언제까지 계속되나요?
A. 원래 6개월 한시 조치로 시작했는데 이미 10차 연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 출구전략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소 올해 4분기까지 제도를 유지할 가능성을 감안해 내년도 예산에도 1조 4,497억원을 반영한 상태입니다.
Q. 유가가 오르면 정유주는 무조건 오르나요?
A. 무조건은 아니지만 유가 상승 초기 국면에서는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올라가는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실적 전망도 밝아집니다. 반면 항공사나 물류 기업은 연료비 급증으로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결론
중동 전쟁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저 "기름값 또 오르겠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출퇴근길 주유소 전광판을 매일 보면서, 비싸진 항공권을 직접 끊으면서, 그리고 관련 자료들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평온한 기름값은 공짜가 아닙니다.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쌓이고 있고, 그 청구서는 결국 세금이라는 형태로 우리 가계에 돌아옵니다. 동시에 이 위기 속에서 우리가 가진 정제 기술력과 석유화학 경쟁력은 자원 빈국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외교·산업 레버리지라는 점도 새롭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세계의 부정적인 뉴스에 그저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영리하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따져보는 시각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출처: 국민일보 /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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