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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글로벌 치킨 전쟁 (항생제, 무역장벽, 국내시장)

갤럭시아레나 2026. 9. 15. 09:21

목차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고기는 돼지도 소도 아닌 닭고기입니다. 2020년을 기점으로 닭고기는 돼지고기를 제치고 세계 육류 소비 1위에 올라섰습니다. 제가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을 듣다가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의외였습니다. 치킨의 민족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이 오히려 주요국 중 닭고기 소비가 꽤 적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 닭고기 시장을 놓고 지금 유럽과 브라질,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제법 복잡한 무역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항생제 핑계인가, 진짜 규제인가

    2024년 9월 3일, 유럽연합(EU)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항생제 문제였는데, 제가 이 내용을 처음 들었을 때 꽤 납득이 갔습니다. 공장식 밀집 사육 환경에서 항생제 오남용은 분명히 현실적인 위험이니까요.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릅니다. 수입 금지의 근거가 "브라질산 닭고기에서 항생제가 검출됐다"가 아니었습니다. "브라질이 항생제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기준을 지켜 생산했다고 반박했고, 실제 이후 수출 제품에서도 검출된 것이 없었습니다. EU가 요구하는 건 브라질의 축산 관리 체계 전체를 자국 기준에 맞게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비관세 장벽이란 관세를 올리는 대신 위생 기준, 환경 규정, 인증 요건 등을 까다롭게 만들어 사실상 수입을 막는 방식을 말합니다. 대놓고 막으면 WTO 규정에 걸리니, 명분을 앞세운 보호무역의 세련된 버전입니다. 타이밍도 절묘했습니다. EU와 남미 공동 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고 잠정 발효된 지 불과 넉 달 만에 이 수입 금지 조치가 나왔습니다. 메르코수르 국가들 입장에서는 FTA로 닭고기 무관세 수출 길을 열었더니 바로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브라질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 3위(14%)이지만, 수출량 기준으로는 압도적인 세계 1위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소비로 대부분 소화하는 반면, 브라질은 생산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 집중합니다. 가격 경쟁력까지 뛰어나니 EU 내 축산업계 입장에서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약: EU의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는 항생제 검출이 아닌 '증명 불가'를 이유로 한 비관세 장벽 성격이 강하며, FTA 발효 직후 나온 타이밍이 보호무역 의도를 의심케 합니다.

     

    우크라이나 MHP, 전쟁 특수를 타다

    브라질만큼이나 유럽 농가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존재가 따로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닭고기 생산 기업 MHP입니다. 1998년 유리 코슈크가 설립한 이 회사는 병아리 부화부터 사육, 도축, 가공, 포장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합 운영하는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 구조를 갖춘 곳입니다. 수직 계열화란 원재료 조달부터 최종 판매까지 공급망 전체를 한 기업이 내재화하는 전략으로, 원가 통제력과 품질 일관성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의 하림과 구조가 거의 같습니다.

    러시아 침공 이후 EU는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3년간 농식품 관세와 쿼터를 전면 면제해 주었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MHP에 3억 유로를 대출해주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전쟁 3년 차인 지난해 MHP는 사상 최대 매출인 우리 돈 약 5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EU 내 우크라이나산 닭고기 수입액은 2022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지금은 브라질, 태국에 이어 EU 닭고기 수입 3위 국가로 올라섰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좀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전쟁 중인 나라를 돕는 것은 맞는데, 그 수혜가 특정 대기업 하나에 집중되는 구조는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양계농가협회 회장이 "MHP의 확장이 폴란드 농가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직접 언급할 정도니, 현지 불만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됩니다.

    MHP는 꼼수로도 유명합니다. 닭가슴살 수입 쿼터를 피하기 위해 가슴살에 날개 일부와 뼈를 붙여 별도 품목으로 분류한 이른바 '배트맨 컷'을 고안해 수출량을 늘렸습니다. 덕분에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일부 EU 회원국은 EU 공동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자국 내 우크라이나산 닭고기 수입을 차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MHP는 이에 대응해 알바니아, 스페인, 그리스의 닭고기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유럽 내 발판을 직접 넓히고 있습니다.

     

    • EU, 우크라이나 농식품에 3년간 관세·쿼터 전면 면제
    • MHP 전쟁 3년 차 사상 최대 매출 약 5조 원 기록
    • 닭가슴살 쿼터 우회를 위한 '배트맨 컷' 꼼수 논란
    • 폴란드·헝가리 등 EU 규정 어기고 독자적 수입 차단
    • MHP, 알바니아·스페인·그리스 닭고기 업체 연속 인수
    요약: 전쟁 지원이라는 명분이 MHP라는 특정 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지며 EU 농가 반발을 키웠고, 이 갈등은 이미 EU 공동 규정 균열로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항생제 오남용과 슈퍼버그의 공포

    닭고기 무역 전쟁의 배경에는 항생제 문제가 진짜로 존재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2022년 기준으로 동물에 투여되는 항생제 양은 체중 1kg당 97mg으로 집계됐습니다. 항생제 내성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안전 기준선인 50mg의 약 두 배 수준입니다(출처: WHO 항생제 내성 팩트시트).

    공장식 밀집 사육 환경에서 항생제는 세 가지 목적으로 쓰입니다. 치료, 예방, 그리고 성장 촉진입니다. 3만에서 5만 마리가 빼곡하게 들어찬 닭장에서 아픈 개체 하나를 골라 치료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료나 음수(飮水)에 약을 섞어 전체에 먹입니다. 특히 성장 촉진 목적의 항생제 사용이 문제인데, 항생제가 체내 병균을 대신 처리해 주면 동물이 면역 반응에 쓰던 칼로리를 고스란히 살을 찌우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생제 없이 키울 때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콜리스틴(Colistin)과 플루오로퀴놀론(Fluoroquinolone) 같은 항생제의 가축 투여입니다. 여기서 콜리스틴이란 병원에서 다른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투여하는 약으로, WHO가 '최우선 중요 항생제(HPCIA, Highest Priority Critically Important Antimicrobials)'로 지정한 약물입니다. 이 약을 가축에 반복 투여하면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 즉 어떤 항생제로도 처치할 수 없는 변이 세균이 생존해 증식하게 됩니다. 이 슈퍼버그가 도축된 고기나 분변이 섞인 토양·지하수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될 경우, 감염된 환자에게 마지막 보루인 콜리스틴을 써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 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2024년 9월,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 농장 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조사 대상 농장 100%가 항생제를 사용했고, 그 중 60%는 처방전 없이 투약했으며, 대다수 농장이 콜리스틴과 플루오로퀴놀론을 닭에게 먹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출처: Financial Times). 제가 이 대목을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섬뜩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먹어온 닭고기가 그런 환경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공포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를 쓴 닭고기는 도축 전 휴약 기간(보통 1~2주)을 거치면 약 성분이 대부분 분해됩니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항생제' 인증 마크도 항생제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일정 기준 이하로 사용하고 휴약 기간을 준수했음을 인증한 것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 차이를 아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약: 세계 동물 항생제 사용량은 안전 기준의 두 배를 넘고, 최후의 보루 항생제인 콜리스틴의 가축 투여가 현실로 존재하지만, 휴약 기간 준수 여부가 실제 안전성의 핵심입니다.

     

    국내 닭고기 시장, 싸지지 않는 이유

    제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수입산이 꽤 들어오고 정부가 할당관세(TRQ)까지 수시로 0%로 낮춰주는데, 왜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 가격은 콜라 한 병 포함 기준으로 2만6천 원에서 3만 원까지 올랐을까요. 할당관세란 특정 수입량까지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그 이상은 기본 세율을 부과하는 이중 관세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물가가 오를 때 정부가 수입 문을 한시적으로 활짝 열어주는 방식입니다.

    한국의 닭고기 기본 관세는 20~30% 수준이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 명목으로 이를 수시로 0%까지 낮춰왔습니다. 2023년 한 해만 이 할당관세 운용에 쓰인 예산이 약 9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치킨값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생닭 원가가 치킨 한 마리 가격의 약 20~3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식용유, 전기료, 임대료, 인건비, 그리고 최근 들어 비중이 커진 배달 앱 수수료입니다. 제 생각에는 닭고기 원자재보다 마케팅·플랫폼 비용의 비중이 구조적으로 너무 커진 것이 치킨 가격 상승의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입니다.

    국내 시장은 하림(계열사 포함 약 36.8% 점유), 마니커, 올품, 참프레, 동우팜투테이블 등 계열화 업체들이 시장의 과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계열화란 부화·사육·도계·가공·유통을 단일 기업이 통합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냉장 신선육 공급의 안정성은 높지만, 경쟁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려운 과점 구조이기도 합니다. 수입산은 주로 냉동 순살 닭다리살 형태로 들어오는데, 제가 순살치킨이나 닭강정을 먹을 때 브라질산이라는 표기를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냉장육과 뼈 있는 요리를 선호하는 한, 냉동 순살 수입산이 국내산 신선육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 변수까지 겹칩니다. 매년 겨울 철새가 한반도를 지나면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살처분이 반복됩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에만 1천만 마리에 가까운 닭이 살처분됐고, 산지 가격은 kg당 6,700원으로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밀집 사육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동물복지 기준의 저밀도 사육으로 전환하면 생산 원가가 올라 치킨 한 마리가 6만 원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 딜레마가 있습니다. 우리가 싼 치킨을 먹어온 이면에는 이런 구조적 비용이 감춰져 있었던 것입니다.

     

    요약: 치킨 가격 상승의 핵심은 닭 원가보다 플랫폼·유통 비용 구조에 있으며, 계열화 과점과 조류인플루엔자 반복 피해가 국내 시장의 고질적 불안 요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에 브라질산 닭고기가 많이 쓰이나요?

    A.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은 국내산을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순살 제품이나 닭강정류는 브라질산 냉동 순살 닭다리살이 상당 비중으로 사용됩니다. 단체 급식이나 일부 프랜차이즈의 B2B 공급 라인에도 브라질산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포장지에 '브라질산'이라는 원산지 표기를 확인한 순살 제품이 꽤 많았습니다.

     

    Q. 무항생제 마크가 붙은 닭고기는 정말 항생제를 안 쓴 건가요?

    A. 엄밀히 말하면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무항생제 인증이란 항생제를 쓰더라도 정해진 기준 이하로 사용하고 도축 전 휴약 기간을 준수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약 성분 대부분이 휴약 기간 중 분해되기 때문에 안전성은 인정되지만, '완전 무항생제'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Q. EU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막은 진짜 이유가 항생제 때문인가요?

    A. 항생제 안전 기준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제 판단으로는 보호무역의 성격이 강합니다. 실제로 수출 제품에서 항생제가 검출된 것도 아니었고, 조치 타이밍이 EU-메르코수르 FTA 잠정 발효 직후였습니다. EU 내 축산업계 단체가 수입 금지를 즉각 환영한 것도 이 조치의 실질적 목적을 짐작케 합니다.

     

    Q. 한국 닭고기 항생제 사용량은 다른 나라보다 많은 편인가요?

    A. WHO 데이터 기준 항생제 사용량 지도를 보면 한국은 진한 주황색 계열에 해당하며, 이슈가 된 브라질보다 오히려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중국·태국 등 아시아권보다는 덜하지만, 유럽의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 강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결론

    이번 시사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닭고기 한 조각 안에 무역 정치, 식품 안전, 농가 보호, 소비자 후생이 전부 얽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EU의 브라질산 수입 금지는 명분은 항생제지만 실질은 비관세 장벽에 가깝고,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는 도덕적 명분은 MHP라는 특정 기업의 독식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보면 유럽도 결코 명분과 실리를 깔끔하게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국내 사정도 마냥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항생제 사용량은 브라질보다 높고, 조류인플루엔자 피해는 매년 반복되며, 치킨 가격은 원가 구조와 상관없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당장 치킨을 끊을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무항생제 인증의 실제 의미를 파악하고, 원산지 표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마와 손을 깨끗이 씻는 조리 습관도 내성균 전파 차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uAmC58igV8&t=186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