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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한국 원전 현황 (수명만료, 전력수급, 계속운전)

갤럭시아레나 2026. 9. 13. 13:00

목차


    원전

    올 여름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누진세 완화 혜택을 받았는데도 70만 원에 육박하는 숫자가 찍혀 있었거든요. 그러던 차에 "한빛 2호기도 멈춰…원전 4기 개점휴업에 전력수급 빨간불"이라는 기사 제목을 봤습니다. 전기는 모자란다는데 원전을 세우고 있다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파고들어 봤습니다.

     

    멀쩡한 원전을 왜 세웠을까 — 수명만료의 구조

     

    솔직히 처음엔 고장 때문에 멈춘 줄 알았습니다. 기사를 꼼꼼히 읽고 나서야 이게 "고장"이 아니라 "설계수명(Design Life) 만료"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설계수명이란 원전을 지을 때 처음부터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고 설계한 기간을 뜻하는데, 국내 원전 대부분은 40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그냥 계속 돌릴 수 없고, 계속운전 심사(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 절차)를 새로 통과해야 합니다. 계속운전 심사란 노후 원전이 추가 10년 이상을 더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지 주기적 안전성 평가 등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문제는 이 심사가 수년씩 걸린다는 점입니다. 심사가 끝나기 전에 수명이 먼저 끝나버리면, 허가가 날 때까지 일단 세워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한빛 2호기가 딱 이 경우였습니다. 2026년 9월 11일 오전 10시, 40년 운영허가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한빛 1호기는 이미 정지 상태였고, 고리 3호기와 4호기도 운영허가 만료 후 계속운전 심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여기에 월성 2호기가 2026년 11월 1일 추가로 정지 예정이어서, 그때가 되면 멈춰 있는 설비 규모만 4.5GW에 달하게 됩니다. 대형 원전 4기 분량이 통째로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계속운전 허가가 나오면 다시 가동할 수 있고, 현재 예정은 2027년 상반기입니다. 영구정지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심사가 늦어질수록 공백 기간도 그만큼 길어지는 구조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국내 원전 몇 기나 돌아가고 있을까 — 본부별 전력수급 현황

     

    이슈가 된 4기 말고 나머지 원전 상황이 궁금해져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국내 원전은 크게 다섯 개 본부 체계로 운영됩니다.

     

    1. 고리원자력본부(부산 기장군): 신고리 1·2호기 가동 중. 고리 3·4호기는 허가 만료 후 계속운전 심사 대기 중.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17년 영구정지 후 해체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2. 새울원자력본부(울산 울주군): 새울 1·2호기 가동 중. 두 기 모두 국산 신형 원전인 APR1400 노형으로, 기당 1,400MW급 출력을 자랑합니다.
    3. 월성원자력본부(경북 경주시): 월성 2~4호기, 신월성 1·2호기 가동 중. 단, 월성 2호기는 2026년 11월 정지 예정. 국내 유일의 가압중수로(PHWR) 방식 원전이 여기 있습니다. 가압중수로란 일반 물 대신 중수(D₂O)를 냉각재·감속재로 사용하는 원자로 방식입니다.
    4. 한빛원자력본부(전남 영광군): 한빛 3~6호기 가동 중. 한빛 1·2호기는 허가 만료로 정지 상태. 호남권의 기저전원 역할을 담당합니다.
    5. 한울원자력본부(경북 울진군): 한울 1~6호기, 신한울 1호기 가동 중. 신한울 2호기는 준공,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이 재개된 상태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 중 하나로, 신규 건설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슈가 된 4기를 빼면 현재 17기가 가동 중이고, 11월에 월성 2호기까지 멈추면 16기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계속운전 허가 속도에 따라 이 숫자는 다시 늘어날 수 있는 "일시적인" 감소라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물론 "일시적"이라는 말이 가동 중단 기간이 짧다는 뜻은 아닙니다. 2027년 상반기 허가 예정이 밀리기라도 하면 그 공백은 고스란히 전력수급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이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 청사진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이 계획(출처: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 방향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두 축으로 하는 무탄소 에너지(CFE, Carbon-Free Energy) 체제입니다. CFE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 전체를 묶어 부르는 개념으로, 원전·수력·재생에너지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계획의 주요 방향을 보면, 2038년까지 대형 원전(APR1400급) 최대 3기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상용화 실증을 반영했습니다. SMR(Small Modular Reactor)이란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라 건설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은 30% 중반 이상을 유지하고, 2038년까지 CFE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담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계획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계속운전 기간 확대 검토였습니다. 현재는 한 번 계속운전 허가를 받으면 10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데, 이걸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심사를 자주 받을수록 한빛 2호기 같은 공백이 반복될 수 있으니, 아예 한 번 승인받으면 더 오래 돌리게 해주자는 취지로 읽혔습니다. 안전성 확보라는 전제가 반드시 따라야 하겠지만, 제도 설계 자체는 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2040년 최대 전력수요는 158~165GW로 전망되는데, 이는 지금 최대 수요(104GW) 대비 50%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여기에 전기차 보급까지 더해지면 이 숫자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한 변동성 전원이라, 24시간 안정적으로 대량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의 기저전원(Base Load)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원전은 에너지 문제만이 아니다 — 수출과 사용후핵연료까지

     

    원전 이슈를 파고들다 보니 에너지 정책 너머로 연결되는 경제적 파장도 무시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K-원전 수출 쪽은 제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단계에 와 있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를 발판으로 폴란드와 중동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원전 수출이 단순한 설비 판매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원전 하나를 수출하면 이후 수십 년간 연료 공급, 정비, 부품 교체 계약까지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이른바 후행핵주기(Back-end Fuel Cycle) 서비스 시장까지 함께 확보하는 셈입니다. 후행핵주기란 원전 가동 이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처분·폐로까지 포함하는 전 과정을 뜻합니다.

     

    반대로 국내에서 여전히 해결 못 한 숙제도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입니다. 각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은 아직 로드맵 확정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원전을 계속 돌리겠다는 계획이라면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출처: KAIF) 자료를 보면 이 부분이 원전 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전 관련주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신규 건설 재개와 해외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일감이 줄었던 기자재·부품 중소기업들에도 물량이 다시 공급되고 있습니다. 원전 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 시공과 기자재 제조를 맡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KPS, SMR 관련 종목들이 무탄소 에너지 밸류체인의 핵심주로 언급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빛 2호기는 고장이 나서 멈춘 건가요?

    A. 고장이 아닙니다. 최초 설계 당시 정해진 40년 운영허가 기간이 2026년 9월 11일에 만료되면서 법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것입니다. 계속운전 심사를 통과하면 다시 가동할 수 있고, 현재 2027년 상반기 허가가 목표입니다.

     

    Q. 계속운전 심사는 얼마나 걸리나요?

    A.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 등을 포함한 절차로, 통상 수년이 소요됩니다. 심사 기간이 설계수명 만료 시점과 맞물리지 않으면 한빛 2호기처럼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공백이 생깁니다. 정부가 계속운전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반복적인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Q.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몇 기인가요?

    A. 전체 21기 중 이슈가 된 4기(한빛 1·2호기, 고리 3·4호기)를 제외한 17기가 현재 가동 중입니다. 2026년 11월 월성 2호기까지 정지하면 16기로 줄어들 예정이며, 계속운전 허가 일정에 따라 이 숫자는 다시 늘어날 수 있습니다.

     

    Q. SMR(소형모듈원자로)은 일반 원전과 뭐가 다른가요?

    A. SMR은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과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입지 제약도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8년까지 SMR 1기 상용화 실증이 포함돼 있습니다.

     

    Q. 원전 수출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원전 하나를 수출하면 수십 년간 연료 공급, 정비, 부품 교체 계약이 함께 따라옵니다. 단순 설비 판매를 넘어 후행핵주기 서비스 시장까지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체코 수주를 계기로 폴란드·중동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어, 관련 기자재·부품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밸류체인 전체에 파급 효과가 기대됩니다.

     

    기사 하나로 시작한 궁금증이 생각보다 깊은 데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원전 정지 뉴스가 아니라, 계속운전 심사 제도와 전력수급 구조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2027년 상반기로 예정된 계속운전 허가가 일정대로 나오는지, 그리고 계속운전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제도 개편이 실제로 이루어지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 결과에 따라 향후 수년간 가동 원전 수와 전력수급 여력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 참고: https://www.sedaily.com/article/20089895?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