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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하반기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앞다퉈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국내에서는 네이버·카카오·토스 같은 빅테크와 시중은행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도 연내 관련 법 제정을 목표로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이 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글로벌 은행권의 움직임, 한국의 도입 현황과 예상되는 영향, 그리고 정부·금융권의 대응 전략까지 한 번에 정리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일반 국민이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급등락하는 암호화폐와 달리,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 또는 안전자산에 가치를 고정(Peg)시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쉽게 말해 "1코인 = 1달러"처럼 가치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입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발행사가 1달러를 은행에 예치하거나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담보로 보유하고, 그만큼의 코인을 발행합니다. 이용자는 이 코인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과 은행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저렴한 수수료로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는 이유:
- 송금 혁신: 기존 국제 송금은 며칠이 걸리고 수수료도 비쌌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몇 초 만에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 결제 인프라 대체 가능성: 카드사나 은행을 거치지 않고 기업 간, 개인 간 직접 결제가 가능해 기존 결제망의 수수료 구조를 위협합니다.
-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기축통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사고팔 때 현금 대신 사용하는 사실상의 기준 화폐 역할을 합니다.
현재 시장은 테더(USDT)와 서클의 USDC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으며, 미국이 2025년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켜 발행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2. 발 빠른 글로벌 은행권의 움직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암호화폐에 부정적이던 전통 은행들의 태세 전환입니다. 2026년 9월 기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씨티그룹, 골드만삭스를 포함해 도이체방크, 산탄데르, UBS, 피델리티 등 캐나다·일본·중동·아프리카의 은행까지 총 21개 금융기관이 손잡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준비 중입니다.
추진 일정:
- 2026년 하반기: 공동 발행을 위한 신설 법인 설립
- 2027년 상반기: 실제 토큰 출시 목표
- 이후 유로화를 시작으로 다른 G7 통화 연동 토큰으로 확장 예정
이보다 앞서 JP모건,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별도로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선 바 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하지만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 그대로 올리는 방식입니다.
은행들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방어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테더나 서클 같은 독립적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예금과 결제 수수료 수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어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반인과 기업들이 은행 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결제에 사용하기 시작하면, 은행은 저원가성 예금 기반과 핵심 수익원인 결제 수수료를 동시에 잃게 됩니다. 그래서 "빼앗기느니 우리가 직접 만들자"는 흐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3. 한국에도 적용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민간 기업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법적으로 사실상 금지된 상태입니다. 다만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입법 현황:
- 2025년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되었고 여야가 각각 '한국판 지니어스법' 성격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범위와 거래소 지분 제한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법안은 1년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 금융위원회는 2026년 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목표로 재추진에 나섰으며, 디지털자산업의 정의와 규율 체계, 이용자 보호 방안, 자금세탁방지(AML) 규율 강화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시장의 준비 움직임:
법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선점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들은 규제 공백 속에서도 컨소시엄 구성 등 사전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토스페이먼츠·토스증권이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결제 시스템 연계를 논의 중입니다.
- 카카오는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대표가 주간 회의를 여는 그룹 차원 TF를 운영하며 관련 상표권을 다수 출원했습니다.
- 네이버 역시 정책이 마련되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국회 동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즉, "법은 아직 없지만 산업계는 이미 출발선에 서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한국에 미칠 영향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여러 갈래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긍정적 영향:
- 국제 송금·무역대금 결제 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처리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 은행·핀테크 기업에는 새로운 수익원과 해외 진출 기회가 열립니다.
-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래머블 결제(자동 정산, 스마트 계약 연동 결제 등) 등 금융 혁신의 토대가 마련됩니다.
우려되는 영향:
- 통화정책 통제력 약화: 한국은행은 비은행권이 대규모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시중 유동성과 통화정책 전달 경로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 은행 예금 이탈 가능성: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저축성 예금의 일부가 코인 형태로 옮겨가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잠식 우려: 이미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테더(USDT),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는 물론 일상 결제까지 파고들 경우, 사실상 국내에서 '달러 통용'이 확대되며 원화의 화폐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세계는 스테이블코인 전쟁인데 한국은 아직도 CBDC"라는 우려 섞인 평가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 은행 중심 모델을 둘러싼 논쟁: 금융당국이 초기에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우선 허용하는 방향을 검토하면서, "혁신 속도가 느려지고 개방형 생태계라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업계 반발도 있습니다.
5. 한국의 디지털화폐 주도권 확립을 위한 정부·금융권의 움직임
원화 주권과 결제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권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 제도의 틀 마련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디지털자산업의 법적 정의와 규율 체계를 만들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구조를 제도화해 주요국처럼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동시에 이용자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규율도 강화합니다.
한국은행 – CBDC와 통화주권 병행 대응
한국은행은 자체 발행 디지털화폐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한강 프로젝트'의 2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차 사업의 한계였던 참여자 수와 이용처를 확대하고, 연 110조원 규모의 국고금 집행 업무에 CBDC를 적용해 실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해외 결제에도 CBDC를 적용해 국가 간 QR 연계를 통한 환전 없는 결제 서비스까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한국은행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했습니다.
금융권 – 은행 vs 빅테크 주도권 경쟁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는 기존의 규제 준수 역량과 방대한 고객 기반을 앞세워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통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는 이미 확보한 간편결제·송금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도화 즉시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어, 향후 '은행 대 빅테크' 구도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상됩니다.
6. 이 흐름 속에서 국민이 가져야 할 자세
스테이블코인은 앞으로 우리 일상의 결제와 송금 방식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큰 변화입니다. 그러나 아직 제도가 완성되지 않은 과도기인 만큼, 일반 국민들은 다음과 같은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화 이전 투자·이용에 신중할 것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곧 법이 통과되니 지금 투자하면 이득"이라며 특정 코인이나 관련주 투자를 부추기는 정보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소규모 발행 프로젝트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유사수신 형태의 권유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막연한 추종보다 정확한 정보 확인을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뛰어든다는 뉴스만 보고 무작정 관련 테마에 편승하기보다, 실제로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준비하는지, 제도권 편입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신뢰할 수 있는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를 통해 꾸준히 확인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금융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인식할 것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결제와 송금이 훨씬 편리해지는 만큼, 이용자 보호 장치가 어떻게 마련되는지(예치금 보호, 발행사 파산 시 상환 절차 등)를 살펴보는 것도 소비자로서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국가 화폐주권 문제로도 바라보기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자국 통화의 결제 주도권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시장을 잠식하기 전에 원화 기반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 자리 잡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고, 관련 정책 논의에 관심을 갖는 것도 시민으로서 의미 있는 자세입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관건은 그 변화 속에서 소비자와 국가 모두가 실리와 안전을 함께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도가 완성되기까지 조급해하지 않되, 흐름만은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